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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뉴스를 읽다 보면 엔비디아나 애플 같은 기업이 "파운드리에 생산을 맡겼다"는 표현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게 왜 뉴스가 되는지 잘 몰랐습니다. 그냥 공장 하나 더 쓰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사업보고서를 직접 찾아서 비교하고 나서야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설계와 생산은 같은 산업이 아니었고, 그 사이를 잇는 파운드리가 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라는 사실을 뒤늦게 이해했습니다.

반도체 기업이 직접 만들지 않는 이유, 사업구조부터 다시 봤습니다
처음에 저는 "반도체 기업 = 공장에서 칩을 찍어내는 회사"라고 당연하게 생각했습니다.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부 하는 회사가 경쟁력도 높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엔비디아, TSMC, 삼성전자의 사업보고서를 나란히 놓고 비교하기 시작했는데, 읽을수록 이 세 회사의 역할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반도체 산업에는 크게 두 가지 사업 모델이 있습니다. 하나는 팹리스(Fabless)로, 여기서 팹리스란 공장(Fab)을 보유하지 않고 반도체 설계만 전문으로 하는 기업을 말합니다. 엔비디아, AMD, 애플, 퀄컴이 모두 여기에 해당합니다. 다른 하나는 파운드리(Foundry)인데, 파운드리란 다른 기업이 설계한 반도체를 위탁받아 실제로 생산하는 전문 제조 기업을 뜻합니다. TSMC가 대표적입니다.
제가 직접 자료를 찾아봤을 때 처음에는 "왜 직접 안 만들지?"라는 의문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최첨단 반도체 공정을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을 확인하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TSMC가 2024년 한 해 설비투자에 집행한 금액은 약 300억 달러(약 40조 원) 수준입니다(출처: TSMC 투자자 정보). 이 규모의 투자를 설계와 생산 모두에 동시에 쏟아붓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팹리스 기업은 설계 역량에, 파운드리는 공정 기술에 각각 자원을 집중합니다. 이 분업 구조가 오늘날 AI 반도체 산업의 표준이 된 것입니다. "직접 만드는 게 더 낫지 않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구조를 이해하고 나서는 오히려 분업이 훨씬 효율적인 선택이라는 쪽으로 판단이 기울었습니다.
- 팹리스: 설계 전문 기업. 공장 없이 칩 아키텍처 개발에 집중 (엔비디아, AMD, 애플, 퀄컴)
- 파운드리: 위탁 생산 전문 기업. 고객사 설계를 받아 첨단 공정으로 양산 (TSMC, 삼성 파운드리)
- IDM(종합반도체기업): 설계와 생산을 모두 하는 모델. 인텔이 대표적이나 점차 파운드리 활용 확대 중
TSMC vs 삼성, 공정경쟁력 비교해 보니 생산량 싸움이 아니었습니다
파운드리 산업을 이해하고 나서 자연스럽게 다음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그렇다면 파운드리 기업 간 경쟁은 어떻게 갈리는 걸까. 처음에는 공장 수가 많거나 생산량이 많은 기업이 유리할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TSMC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 자료를 비교하다 보니 그 판단이 틀렸다는 걸 바로 알게 됐습니다.
파운드리 경쟁의 핵심은 미세공정 기술과 수율(Yield)입니다. 여기서 수율이란 생산된 웨이퍼 중에서 실제로 정상 작동하는 양품 칩의 비율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100개를 만들었을 때 불량 없이 쓸 수 있는 게 몇 개냐의 문제입니다. 최첨단 공정일수록 구조가 복잡해져 수율을 높이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엔비디아의 AI GPU가 TSMC의 특정 공정 노드를 선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공정 노드(Process Node)란 반도체 소자 간의 간격을 나노미터(nm) 단위로 나타낸 것으로, 숫자가 작을수록 더 미세하고 성능과 전력 효율이 향상됩니다. 현재 최첨단 공정은 3 나노미터(3nm) 수준까지 내려와 있으며, 이 공정을 안정적인 수율로 양산할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에 극소수에 불과합니다(출처: 삼성반도체).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파운드리가 일종의 도급업 같은 것이라고 가볍게 봤는데, 실제로는 수십 년에 걸쳐 축적한 공정 기술과 장비 운용 능력이 없으면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산업이었습니다. "생산기술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최첨단 파운드리야말로 기술 장벽이 가장 높은 산업 중 하나라고 봅니다.
TSMC는 2nm 이하 공정을 향한 로드맵을 공개적으로 제시하고 있고, 삼성전자도 GAA(Gate-All-Around) 트랜지스터 구조를 도입해 공정 기술 격차를 줄이려 하고 있습니다. GAA란 기존 FinFET 방식보다 트랜지스터 게이트가 채널 전체를 감싸는 구조로, 전류 제어 능력을 높여 성능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개선하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입니다. 두 기업의 기술 경쟁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AI 반도체 공급망 전체의 지형도 달라질 수 있다고 봅니다.
AI공급망을 연결해 보니 파운드리가 병목이었습니다
파운드리 기업들의 기술 경쟁을 파악하고 나서 저는 AI 공급망 전체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봤습니다. 각각의 정보를 따로 볼 때와 연결해서 볼 때 보이는 것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흐름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빅테크 기업이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늘리면, 엔비디아 같은 팹리스 기업이 새 GPU 설계를 완료합니다. 이 설계가 TSMC 같은 파운드리로 넘어가면, 최첨단 공정으로 웨이퍼가 생산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생산된 칩은 첨단 패키징 공정을 거쳐 HBM(High Bandwidth Memory)과 결합됩니다. HBM이란 일반 메모리보다 수십 배 빠른 데이터 전송 속도를 가진 고대역폭 메모리로, AI 연산에 필수적인 부품입니다. 이렇게 완성된 모듈이 AI 서버에 탑재되어 데이터센터로 공급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처음에는 GPU 설계 기업의 기술력만 봤는데, 공급망을 연결해보고 나서는 어느 한 단계라도 막히면 전체가 멈춘다는 사실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파운드리가 첨단 공정의 수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GPU 설계도 제품으로 나올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파운드리를 AI 공급망의 병목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물론 파운드리 투자가 항상 안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최첨단 공정 전환에는 막대한 자본이 들고, 고객사의 주문 계획이 바뀌면 실적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파운드리 관련 뉴스를 볼 때는 생산 규모 발표보다 첨단 공정 전환 일정, 주요 고객사 확보 현황, 수율 개선 속도를 먼저 살핍니다. 이 세 가지를 확인하고 나서야 해당 파운드리가 AI 공급망에서 얼마나 안정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엔비디아는 왜 자체 공장을 안 만드나요?
A. 최첨단 반도체 공장 하나를 짓는 데 수십조 원이 들고, 공정 기술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까지 수년이 걸립니다. 직접 만드는 게 더 낫지 않냐는 시각도 있는데,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그 자원을 GPU 설계에 집중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인 판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팹리스 모델이 오늘날 AI 반도체 기업들의 표준 구조가 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Q. TSMC와 삼성 파운드리 중 어느 쪽이 더 경쟁력이 있나요?
A. 현재 최첨단 공정 수율 측면에서 TSMC가 앞서 있다는 평가가 일반적입니다. 다만 삼성전자가 GAA 트랜지스터 구조를 선제 도입하며 기술 격차를 줄이려 하고 있어, 공정 기술 경쟁은 계속 진행 중입니다.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낫다기보다는 각 고객사의 요구에 맞는 공정과 수율 안정성이 핵심 판단 기준이라고 봅니다.
Q. HBM은 파운드리와 어떤 관계인가요?
A. HBM은 파운드리가 생산한 AI GPU 칩과 첨단 패키징 공정에서 결합됩니다. GPU 설계가 아무리 뛰어나도 HBM 공급이 부족하거나 패키징 공정에 병목이 생기면 최종 제품 출하가 지연됩니다. 공급망 전체를 연결해서 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입니다.
Q. 파운드리 투자할 때 뭘 먼저 봐야 하나요?
A. 제가 기준으로 삼는 것은 생산량 발표보다 첨단 공정 전환 일정, 주요 고객사 확보 현황, 수율 개선 속도 세 가지입니다. 단순히 공장이 크다는 소식보다 어떤 노드에서 누구를 고객으로 확보했는지가 실질적인 경쟁력을 판단하는 데 더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결론
반도체 뉴스를 접하는 순서가 바뀐 것이 제게는 꽤 큰 변화였습니다. 예전에는 새 GPU 스펙 기사부터 열었는데, 이제는 어떤 공정 노드에서 어느 파운드리가 생산하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그다음 첨단 패키징과 HBM 공급 상황을 함께 봅니다. 이 과정을 거쳐야 해당 반도체가 실제로 시장에 얼마나 공급될 수 있는지 감이 잡힙니다.
파운드리는 단순히 반도체를 대신 만들어주는 하청 공장이 아닙니다. AI 시대에는 뛰어난 설계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는 생산기술 자체가 경쟁력입니다. 공급망 전체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서 보는 시각이 생긴 뒤부터, 저는 AI 반도체 산업을 훨씬 넓은 시야로 바라보게 됐습니다.
참고: 출처: TSMC 투자자 정보, 출처: 삼성반도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