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비트코인 뉴스를 접했을 때 저도 솔직히 "또 투기 이야기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글로벌 대형 금융사들이 블록체인 위에서 실제 자산을 거래하기 시작했고, 카카오페이 같은 국내 서비스도 스테이블코인 전략을 공식화했습니다. 금융이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과 RWA, 말뿐이던 게 진짜가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은 거래소 안에서 코인을 사고팔 때 잠깐 쓰는 도구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한동안 그렇게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이미 꽤 다른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이란 달러나 원화처럼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되어 가격 변동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화폐입니다.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가 강조하는 지점도 바로 이겁니다. 은행 계좌도, SWIFT 국제결제망도 없이 국경을 넘어 빠르고 저렴하게 가치를 이동시킬 수 있다는 것. 기존 국제 송금이 2~3일 걸리고 수수료도 만만치 않았던 걸 생각하면, 이게 얼마나 실용적인 변화인지 감이 옵니다.
RWA(Real World Assets), 즉 실물연계자산 토큰화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RWA란 부동산, 채권, 펀드, 심지어 음악 저작권처럼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자산을 블록체인 위의 디지털 토큰으로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SBI디지털마케츠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음악 IP 기반 RWA 거래를 실행했고, 유럽 머니마켓펀드(MMF)의 토큰화 사례도 공개할 예정입니다. 머니마켓펀드란 단기 채권 등 안전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인데, 이걸 토큰으로 만들면 소액으로도 실시간 투자와 환매가 가능해집니다.
골드만삭스, HSBC, 마이크로소프트, DTCC가 참여하는 기관 금융 특화 블록체인 네트워크 캔톤(Canton)이 실제로 운영 중이라는 사실도 저는 처음 접했을 때 꽤 놀랐습니다. 이제 이건 스타트업들의 실험이 아니라 월가가 직접 뛰어든 영역입니다.
국내에서도 움직임이 있습니다. 카카오페이는 약 4,000만 명의 가입자를 기반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송금, 결제, 투자에 활용하는 전략을 준비 중입니다. 카카오, 카카오뱅크와 함께 태스크포스까지 꾸렸다는 건 그룹 전체가 이 방향에 베팅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일반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은 해외 거래소 이야기라고만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제 생각에는 국내 사용자 접점에서도 생각보다 빨리 마주칠 수 있는 기술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서울 2026에서 논의될 핵심 주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온체인 금융 인프라와 RWA 토큰화 전략 (캔톤파운데이션, SBI디지털마케츠, 갤럭시디지털)
- 원화·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실생활 결제·송금 적용 (카카오페이, 테더)
- AI 에이전트 기반 자동 결제 블록체인 인프라 (카이트 AI, DSRV, 해시드)
- 국내 금융사 디지털 전략 및 제도화 방향 (미래에셋증권, 금융위원회)
AI결제와 온체인, 기대는 맞지만 속도는 다를 수 있다
AI 에이전트가 결제의 주체가 된다는 이야기는 솔직히 처음 들었을 때 좀 과장처럼 들렸습니다. 그런데 구조를 따져보니 논리는 분명했습니다. AI가 사람 대신 서비스를 구매하거나 리소스를 사용할 때, 기존 카드 결제망은 너무 느리고 수수료가 높습니다. 반면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 결제는 실시간으로, 1원 단위 이하의 초소액 거래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를 온체인 마이크로페이먼트(On-chain Micropayment)라고 부릅니다. 온체인 마이크로페이먼트란 블록체인 네트워크 위에서 수수료 없이 혹은 극소 수수료로 처리되는 소액 자동 결제를 뜻합니다. 카이트 AI와 DSRV가 이번 행사에서 소개할 AI 결제 인프라가 바로 이 영역입니다.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가 제시할 AI와 블록체인 결합 청사진도 관심이 갑니다. 제가 직접 AI 서비스를 쓰면서 느낀 건, 지금은 AI가 뭔가를 결제하려면 결국 사람이 중간에 개입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병목을 없애는 구조가 갖춰지면 AI 자율 거래의 속도와 규모는 지금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냉정하게 짚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이번엔 진짜다"라는 말이 반복되는 걸 저는 여러 번 경험해 왔습니다. 블록체인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기대가 과잉 형성되고, 실제 상용화는 훨씬 더디게 이뤄지는 패턴이 반복됐습니다.
실제로 온체인 금융이 일반 소비자에게 정착하려면 기술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규제 명확화, 보안 검증, 소비자 보호 체계가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금융위원회가 이번 행사에서 국내 디지털자산 제도화 방향을 설명할 예정이라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국내 가상자산 이용자 수는 2024년 기준 약 778만 명으로 집계되었으며, 제도권 편입과 소비자 보호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출처: 금융위원회).
글로벌 맥락에서도 이 흐름은 빠릅니다. 블랙록에서 미국 최초의 비트코인 ETF를 설계한 인물이 직접 기관 자금의 온체인 진입 전략을 설명하는 자리라면, 단순한 업계 행사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비트코인 ETF(Exchange Traded Fund)란 비트코인을 직접 보유하지 않고도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는 금융 상품으로, 기관 투자자들이 디지털자산에 접근하는 주요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된 이후 기관 자금 유입이 급격히 늘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출처: 갤럭시디지털 리서치).
기술이 가능성을 열고, 제도가 그 길을 안전하게 만들어야 실제 금융 혁신이 이뤄집니다. 어느 한쪽만 앞서가면 결국 사고가 납니다. 그 사실을 가상자산 시장은 지난 몇 년간 꽤 값비싸게 가르쳐줬습니다.
온체인 금융과 스테이블코인의 방향성은 분명히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속도가 기대만큼 빠를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제 솔직한 판단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비트코인 서울 2026 같은 현장에서 직접 업계 흐름을 확인해 보시는 걸 권합니다. 미디어 보도보다 현장의 온도가 훨씬 정확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디지털자산 관련 결정은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 후 신중하게 하시기 바랍니다.